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북한 어민 송환 당시 유엔군사령부(유엔사) 동의가 없었다면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안보 프레임으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하 의원의 시도는 곧바로 무산됐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 모두 유엔사 승인이 있었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 땅에 들어온 사람을 도로 내보내는 데 남의 허락을 맡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유는 현재 한국이 ‘휴전’ 상태, 즉 넓은 의미에서 전쟁 중인 나라이고, 판문점 관리 권한을 유엔사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미국이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어민 송환을 결정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미국의 동의가 없었다면 어려웠을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해졌을까.
우리 역사에 ‘유엔사’가 등장한 것은 1950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북한의 남침 직후 유엔은 북한의 철군과 유엔 회원국들의 원조를 결의했고 이어 7월 7일 “군대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하는 모든 회원국은 미국이 지휘하는 통합 사령부를 통해 활동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결의안 제84호가 통과시켰다. 유엔사의 지휘권을 미국이 갖게 되는 순간이다. 여기에 더해 7월 14일 이승만 대통령이 작전통제권을 유엔군사령관 맥아더에게 위임함으로써 전쟁 당사자에서 남한 정부가 빠지고 맥아더, 즉 미국이 그 지위를 대신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유엔사에 대한 미국의 독점적 지휘권은 유엔사 자체의 성격과도 관련이 있다. ‘유엔군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나 유엔과는 관련이 없다. 안전보장이사회나 사무총장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유엔은 유엔군사령부의 행동은 유엔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유엔사는 미국의 지휘권 아래 있는 다국적군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
판문점은 북한과 유엔사가 함께 주둔하는 공동경비구역일 뿐만 아니라 남과 북을 육로로 잇는 유일한 통문에 해당한다. 따라서 판문점이 유엔사, 즉 미국의 관할권 아래 있다는 것은 군사적 목적이 아니라도 판문점을 통과하는 모든 사람은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판문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누구라도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예외는 없다. 2018년 5월 26일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통일각에서 ‘번개’(두 번째 남북정상회담) 를 가진 것도 미국의 승인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일이다. 경협에서도 마찬가지다. 이해하기 힘들더라도 이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