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부는 20일 북한 일부 지역에 아사자가 속출한다고 밝혔으나 권영세 장관의 이전 발언과 차이로 혼선을 빚고 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관계기관 간의 북한 식량 사정 평가를 긴밀히 공유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말했다.
하지만 권영세 장관은 지난 15일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요즘 북한의 식량사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그렇다고 지금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고난의 행군' 시기 정도는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19일 북한 노동당 김여정 부부장이 남한을 향해 "바보들", "남조선 것들" 등 거친 언사를 쏟아내자 맞대응 차원에서 "북한 정권이 최근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심각한 식량난속에서도 주민의 민생과 인권을 도외시한 채 도발과 위협을 지속한다면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이 더욱 심화될 뿐이라는 점을 재차 경고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구 대변인은 이에 대해 " "(지금이) 고난의 행군 시기만큼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상황에 따라 북한에 대한 입장이나 정보가 몇 일 차이로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부호가 남는다.
또한 권영세 장관은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식량계획(WFP)사무총장과 만나 대북 인도적 지원을 논의했으며, 15일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WFP 측에 지원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으나 쿤 리 WFP 아시아태평양지부 대변인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의 관련 질문에 "우리는 비록 공식적인 식량 지원 요청은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구 대변인은 "장관과 국제기구 수장과의 면담과 관련해서 상세한 내용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다만, WFP 사무총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비록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요청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북한 측이 WFP의 지원을 희망하는 정황을 확인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즉 장관이 국회 답변 시에 북한의 요청이 있었다고 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답변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두번의 해프닝은 남북관계의 핵심부서인 통일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정쟁이나 정세변화에 따라 입장을 번복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 수장으로 오면서 겪는 일치고는 향후 댓가가 크지 않을 까 우려된다.